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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

노킹온헤븐스도어 2022. 11. 16. 22:32

 

 

최근 장애인들의 이동권 시위에 대해 '이기적인 요구'를 한다는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도 어느 연세가 있는 분이 장애인들의 시위 때문에 아이들이 지각을 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권리 찾기 운동이 자기들만 이득을 보려고 한다든가, 이기적이라고 하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 타이밍만 다를 뿐 모든 인간은 크고 작은 장애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이란 아직 장애를 갖지 않고 있는 '일시적 상태'일 뿐 변치 않는 정체성 같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허리 디스크가 심해져서 오래 앉아있는 게 힘들어진 친구, 관절이 안 좋아져서 좋아하던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된 부모님, 우울증이 심해져서 휴직하게 된 직장 동료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원래도 시력이 별로 안 좋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더 시력 저하를 겪고 있꺼나 뇌졸중을 겪고서 재활 치료를 받는 등 누구나 정도와 형태, 기간만 다를 뿐 살면서 하나 둘 씩 크고 작은 장애를 겪게 된다. 산다는 건 곧 장애를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 대립되는 존재인 것처럼 대치시키는 것은 상당히 인위적인 시도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누가 어떤 이유로 장애를 갖게 됐는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환경을 만드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한 사회다.  


안타깝게도 장애가 있든없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경제적 지표뿐 아니라 정신적 지표들에서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고 행복도는 낮은 편이라는 연구들이 있다. 특히 장애로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 외로움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참고로 외로움의 악영향은 잘 알려져 있다. 다수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회적 동물에게 외로움은 담배보다도 훨씬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외로움은 주된 사망 원인이 되는 거의 모든 질병들과 상관을 보이고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병에 걸려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장애와 차별, 외로움이 함께 엮여 있다는 것은 상당 부분이 주변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 것을 보고 사회적 지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설령 약자가 되어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고 쉽게 속임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 사회와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에 대해 갖는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라고도 불리며 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서로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회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만 힘을 합치면 다리를 만들고 도시를 세우는) 우리 인간의 생존 동력인 '협력'이 나타날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행복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에드 디너 미국 어바나 샴페인 일리노이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대체로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또 그런 사람들이 많은 나라의 행복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나라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동네 식당에 갔을 때였다. 한창 사람들이 복작복작하던 와중에 한 시각장애인이 들어왔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한 종업원이 재빠르게 다가가서 친근하게 인사를 건냈다. 자신은 누구누구이고 자신의 오른팔을 잡고 따라오시면 자리까지 안내해드리겠다고 능숙하고 안전하게 응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각장애인이 혼자 북적거리는 식당에 와도 얼마든지 편안하게 식사하고 가는 모습은 원래부터 당연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항이나 학교에서 안내견과 함께 혼자 다니는 사람들을 아직 흔히 만나지는 못한다. 거리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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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심리학 칼럼리스트 박진영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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