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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리즈 시절은 스스로 만든다. '내 친구의 어머니는 자격증왕' 본문
내게는 존경하는 어머니가 둘 있다. 한 분은 나의 어머니요. 다른 한 분은 친구 A의 어머니다. A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그녀는 누가 봐도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한번은 반장인 A가 번호순서대로 모의고사 성적표를 나누어주고 있었는데 일진인 B가 다가가 "야, 내거 먼저 줘"라고 흐름을 끊었다. A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니 번호 올 때까지 기다려"라고 말한 뒤 다음 번호를 불렀다. 그 대답이 어찌나 단호했던지 우리는 모두 얼음이 되었고 B는 생각지 못한 반격에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며칠 후 B는 A와 절친 선언을 했다.
나도 A 특유의 카리스마가 좋았다. 그녀는 무슨 일이든 책임과 원칙, 이 두 가지에 맞추어 행동했다. 홀리듯 A와 친해진 나는 자연히 A의 어머니와도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니의 화장품 가게에서 처음 인사를 드린 날, 그녀는 인사 대신 "너도 고등학생이니?"하고 박력 넘치게 나를 디스했다. (내 키는 그때나 지금이나 157cm)
그러고는 화장품 가게 사장님답게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제품 조사에서 시작해 가게 앞에 누가 자꾸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하는데 옆집 할머니가 의심된다며 용의자로 지목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쓰레기 투기가 얼마나 천벌받은 짓인지까지 듣고 있자니, A가 평소 주장하는 책임과 원칙은 과연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가도 손님이 오면 우리를 조용히 시키고는 손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간파해 “그거 오늘 벌써 세 개나 나갔어요”라며 한두 마디로 물건을 팍팍 팔아버리는데 나는 이 정의의 수호자이자 영업왕에게 푹 빠져버렸다.
<내 리즈 시절은 스스로 만든다>
어머니도 처음부터 이런 캐릭터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A가 중학생 때부터 두 딸을 홀로 키웠다.
예상치 못했던 변화였던 터라 동네 마사지숍 직원부터 시작해 공장 관리직, 기숙사 사감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고, 누가 못살게 굴더라도 도망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책임과 원칙, 이 두 가지에 입각해 행동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텃새를 부리면 눈물바람으로 당하는 대신 주동자를 찾아내 악의 근원을 뿌리 뽑아버리고 나아가 조직이 상식적으로 돌아가도록 앞장선 것이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은 물론 미용사 자격증, 마사지사 자격증 등을 휩쓸어 본인의 리즈 시절을 끌어오기에 이르렀다. (저때부터 이미 나보다 자격증이 많았을 거다.)
자식들 역시 그렇게 키웠다. 어머니는 A의 결정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누군가에게 설명할 일이 생기면 “어미인 저는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라고 일축했다. 중학생이었던 큰딸은 그렇게 책임의 무게를 배웠고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인격체로 대하도록 만들었다. 어머니가 일일이 손을 뻗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빠르게, 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열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두 딸을 앉혀놓고 가계 상황이 이러하니 너희들의 첫 번째 대학 등록금만 내주겠노라 선언했는데 자매는 당연한 걸 왜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느냐며 금세 자리를 떠버렸다. 둘 다 자기 몫은 어떻게든 해결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빨리 돈이나 벌게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딸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가계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진짜 멋진 사람은 입이 아닌, 등으로 말하는 법>
그 후로도 어머니의 마라톤은 계속되었다. 몇 번인가 직업을 바꾸었고, 눈치없이 끼어든 유방암 때문에 살짝 넘어질 뻔도 하였으나, 미리 들어둔 보험과 특유의 여장부 기질을 총동원해 그 돌부리를 장외로 날려버렸다. (당시 나는 어머니의 불꽃 카리스마에 섹시함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리고 두 딸이 결혼한 뒤, 어머니도 이제 평안한 노후를 보내시겠거니 기대했건만,,,
"우리 엄마 종로에 있는 아기 마사지 학원 다녀."
임신 중이던 A는 닭갈비를 씹으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한 자녀 시대이므로 이쪽을 유망 직종이라고 판단했단다. 당시 어머니는 쉰 중반이었는데 이직을 준비하던 20대 후반의 나는 어머니와 같은 회사에 지원하면 내가 떨어질 것 같다며 농담을 했다. A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아기 마사지 학원이라…….
그날 나는 처음으로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
씩씩하게 뛰어가는 어머니의 등판을 따라 달리면 나 역시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진짜 멋진 사람은 입이 아닌 등으로 말하며, 그것을 보고 따라오는 많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따라서 우리는 입보다 등을 더 열심히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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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김은경 작가 (대학내일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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